친구와 함께 현충일이라 평소보다 조금은 한산한 예지동 시계골목에 들러 옛날집에서 함흥냉면을 먹었다.

나는 내 할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니 친구는 옆에서 구경을 하겠단다.

사실 가고 싶은 눈치인 친구를 반 강제로 붙잡은 건 나다. (냉면은 내가 샀다는 핑계로.ㅎㅎ)

 

왠지 연휴를 즐기고 계실 것만 같은 화정신사 싸부님께서 나와계셔서 반가운 마음에 들렀더니, 지난번 미처 배우지 못하고 간 무브 적출 방법을 일러주시겠다고 하셨다. 본래 1강에서 다루어야 하는 내용인데 그날은 평소와 다르게 이론 수업이 길어져서 하지 못했던 탓이다.

처음 열어보는 시계 뚜껑. 손으로 쓱쓱 돌려서 여니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가장 첫 시간에 배웠던대로, 회전 추를 가장 먼저 떼 낸다.

회전 추는 두 개의 나사로만 고정된 데다가 몸체가 크고 튼튼하기 때문에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사실 회전 추만 떼 내어 무브먼트를 감상하라는 말을 안 듣고 이것저것 건드려보다가 작은바퀴(태엽감기)를 고정하는 다이의 내지 하나를 잃어버려왔다. 

아무튼 그렇게 사고를 치고 와서 1시간 정도 무브 적출 방법에 대해 배웠다.

 

무브 적출방법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기존 동력을 제거 : 폐차장에 가면 차에 있는 기름을 다 빼는 원리와 같다. 동력을 제거하지 않으면 감겨져 있던 태엽이 풀리면서 튕길 수 있어, 큰 시계의 경우 위험하고, 시계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 클릭을 비틀어 큰 바퀴(태엽감기, 레칫 휠)를 살짝 들어올리면 제거된다.

2. 용두 제거 : 용두 옆에 있는 기계 고정 나사를 드라이버로 살짝 누르면서 빼 낸다.

3. 바늘(핸즈) 제거 : 집게를 활용하거나 핀셋을 활용하여 수직으로 뽑아낸다. 이 때 문자판이 손상되지 않게 공구와 기계가 직접 닿는 부분을 비닐로 씌워준다.

4. 다이얼(문자판) 제거: 문자판과 기기를 고정시키는 나사 두 개를 찾아내어 조심스럽게 해체시킨다.

5. 기기를 홀더에 얹어 용두 삽입

6. 자동 추 제거

7. 자동 ASSY 제거 (필기를 하였으나 무슨 말인지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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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크게 세 가지 부분,

1) 기어 트레인 2) 태엽  3) 구동부로 구분이 되는데,

기어 트레인은 머리에, 태엽 부위는 위장에, 구동부분은 심장에 해당한다. 

그리고 시계 분해는 '심장부터' 한다.

 

클라크를 살짝 비틀어 동력을 제거한다.

 

문자판을 빼는 모습

 

이제 본격적으로 해체에 들어간다.

 

 

태엽통을 뺀 상태

 

 

 

일단 오늘 어려웠던 것은 첫 번째로 클라크를 푸는 법.  (동력을 해제하는 법)

그 다음에 앵커 위치를 제대로 확인하기. 

이스케이프 휠이 다른 휠들과 제대로 맞물렸는지도 확인하기..

 

왜냐하면 다 조립했는데 시계가 뛰지 않기 때문이다. ^^;;

얼추 비슷하게 흉내는 냈는데, 왜 안되는걸까?

토요일에 화정신사에 가서 알아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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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신사에 가서 확인한 몇 가지.

일단 밸런스 휠(유사)이 아주 많이 손상되었다고 한다.

나도 모르게 핀셋으로 만지작 만지작 하다가 훼손된 듯 싶다. 

'극도로 조심한다'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겠고, 손상되었다고 싸부님이 아이고 아이고 하시는데,

내 눈으로는 무엇이 문제인지 도대체가 모르겠다.

 

나머지 부분은 잘 끼었는데, 나사를 제대로 조여주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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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또 다시 새로운 유사를 이식받아 움직이는 시계를 다시 한 번 해체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재조립후 다시 멈춤..

지금 포착한 문제는 두 개다. 

먼저 3, 4, 5번 휠들 간의 수평. 태엽통과 맞물리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다이만 끼워놓으면 삐걱거리며 안 돌아간다.

루페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4번 휠이 비스듬하게 끼워져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역시나 유사. 일단 유사가 손상된건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가 없는게 제일 큰 문제고, 가운데 보석과 잘 맞물렸는지 확인이 안 된다. 

화정신사 싸부님은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돌려서 맞추셨던 것 같은데, 내가 손가락으로 돌리면 우선 훼손되는 것이 문제고, 무엇보다 아무 느낌이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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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사를 오늘 다시 또 망가뜨리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데...

불안할 수록 많이 만지게 되고, 많이 만지니 더 이상해지는 것 같아 그만 두었다.

(어차피 내 시계라 마음껏 만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부품을 계속 무한리필 할 수는 없으니.ㅜㅜ)

Posted by 꼬막이

시계를 처음 연 날,

신싸부님이 알려주신대로 뚜껑을 손으로 돌려서 열고,
지정해주신 나사 두 개를 풀러 위에 다이를 빼는 연습을 2번 했다.



다이를 떼면 안에 유사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무브먼트의 속살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기에서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이것 저것 드라이버로 건드려보다가,
삼각형 다이 나사 두개가 잘 풀리는 것 같아서 꼭 다시 돌려놓아야지! 하고 풀어보았다.
그랬더니 구루마 세 개가 맞물려있었다. 그 세개를 빼서 나란히 책상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봐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핀셋으로 얹어놓으려고 하니 다들 따로 논다.
급 당황.. 핀셋으로 구르마 하나를 드는 것도 손이 덜덜 떨린다.
튕기고 도망가고를 반복한 끝에, 핀셋과 드라이버를 동시에 사용해서 대충 올려놓는 데 성공,
구르마들을 고정시킬 수 있는 삼각형 다이를 놓은 다음 나사로 고정하려는데.. 하나는 잘 성공! 나머지 하나는.. 튕겨버렸다.

책상 밑에 통 통 하는 소리는 들었는데, 아무리 눈을 뜨고 찾아봐도 안 보인다.
그게 그렇게 멀리 갔을리가 없는데.. 하면서 바닥에 엎드려 손으로 마룻바닥을 살살 쓸어본다.
손에 잡히는 것이라곤 정체를 모를 먼지들, 머리카락, 각질, 손톱...
코가 닿을만큼 마룻바닥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찾았는데도 보이질 않는다.
머리카락이 이렇게 큰 물질이었구나, 세상의 모든 작은 것들이 내 눈을 가득 채운다.
못 찾았다.

금*** 김 어르신이 부품을 간절히 찾을 때, 옆에서 공감을 한다고 했는데,
내가 엎드려서 찾는 기분은, 옆에서 가만히 앉아 보는 것이랑은 차원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이 똑같은 나사를 과연 찾을 수 있을지 (부품의 위치마다 나사 사이즈가 다 다르다.) 물론 찾을 수야 있겠지만, 추가 비용이 들지는 않을지...
없을리가 없는데 찾지 못하닌까 아깝다고 해야 하나. 왜 이게 안 나오지.
이와 함께 후회도 막심이다. 새벽 1시가 넘어 드라이버를 잡은 내가 잘못이지.
졸리고 피곤한데 이렇게 세밀한 작업을 하겠다고 덤벼든 내가 바보같다.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며 마루를 손으로 쓸다가 빗자루를 가져와 바닥 전체를 살살 쓸고, 모아진 먼지에 자석을 대본다.
금*** 어르신이 했었던 비법인데.. 자석이 손톱만큼 작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나사를 하나만 끼운 채로 내버려두고, 다른 다이를 덮은 다음 뚜껑을 덮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모아놓은 먼지는 쓸어서 내버리지 못했다. 혹시 내일 아침에는 찾을 수 있을까봐.

아니, 이번주 내내, 나사를 찾을 때까지 방에서 청소기를 돌리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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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시계 2019.06.02 00:38


석사학위 논문의 주제를 예지동과 시계수리로 선정하고, 2019년 1월부터 현재까지 5개월동안 예비조사를 하였다.

집안 서랍 어딘가에 박혀서 한 번도 주인을 만나보지 못했던 로만손 시계를 찾아 시계골목 노점의 상투 선생님께 부탁해 내 팔목에 맞게 줄 길이를 조정해 팔목에 꼈던 때, 왠지 모를 비장한 마음이 들었는데... 로만손 시계가 예지동에서 탄생하였을 뿐 아니라 시계골목 입구에 커다랗게 간판까지 달려있다는 것을 후에 알고 나서 어쩌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우연이 아닌 운명, 선택이 아닌 사명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골목의 많은 분들이 다양한 경로로 도움을 주셨지만,
역시 시계라는 물질을 이해하지 않고는 내가 하는 조사도 한계가 있겠구나를 실감하게 되었다.

시계수리산업 네트워크를 연구한다고 나섰는데 시계를 모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내 연구 주제가 무브먼트(시계머리)에 국한되지 않고 시계 수리의 다양한 공정들을 두루 다루는 것인만큼,
나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 동안 어떻게 시계 수리 각 분야의 핵심을 이해하고 자료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전략을 짜야 했다.

처음에는 면담이면 되겠지, 옆에서 하루종일 지켜보면 되겠지 잔꾀도 부렸지만
5개월만에 깨달았다. 봐도 안 된다. 직접 하기 전엔!

그리하여 예지동의 수많은 시계 수리점들 중 예지상가 2층의 화정신사를 운영하시는 신 사장님의 제안을 받고,
시계 입문 과정에 해당하는 3회의 세미나에 참여하기로 결정하였다.

3회라 하지만 수업 밀도가 높아 한 달에 한 번, 총 3개월에 걸쳐 수료하기로 하였다.

6월은 학기가 끝나는 달이라 기말고사와 발표, 과제 등이 밀려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겸손하지만 진지한 마음으로 시계를 공부 일지의 시작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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